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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신 이해

이참리 2020. 4. 2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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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존재 하는가 - 한스 큉

중고서점에서도 구하기 힘든 한스 큉의 "신은 존재하는가"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 좀 불편함이 있지만, 여러 철학자들의 신 이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 헤겔

II. 역사 안에 있는 하나님

헤겔은 무신론과 범신론 사이의 난점, 신 자신의 생명, “정신성”(Lebendigkeit)을 더 진지하게 고찰한다면 극복되리라고 생각했다. 만약 신을 그의 생명의 과정에서 본다면, 즉 유한하고 인간적인 주체의 관점(칸트), 하나의 절대적 주체의 관점(피히테), 주체와 객체 사이의 절대적 동일성이라는 관점(쉘링)에서만 보지 않고, 변증법적으로 이해한 절대정신의 관점에서도 본다면 문제가 극복되리라는 것이었다.

 

1. 정신의 현상학

 

의식 안의 절대자

헤겔은 자연의식이 어떻게 해서 절대의식에 당도하는지를, 그러니까 자연의식이 자체 안에 은밀하게 기존하는 절대지식을 어떻게 감지해 가는지를 서술해 간다. 이 정신현상학의 근본 배경은 절대지식과 인간지식이 원래 분리된 무엇이 아니고 아직 해명되지 않은, 어떤 통일 속에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여기서 따라가는 경험의 도정은 상호 작용을 낳는다. 인간의식은 절대자를 감지하게 되고, 절대자는 인간의식 속에서 자체를 감지하게 된다.

 

헤겔이 사용하면서부터 유명해진 Aufheben(지양)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진리라는 것은 부단히 폐기되어야 한다. 그러나 폐기됨으로써 동시에, 상대적 운동으로서, 새로이 채택되어야 하고, 더 고차원의 통일로 고양되어야 한다. “정반합”(thesis-antithesis-synthesis)은 진리의 긍정, 그것이 부정으로 선회하고, 그 다음에는 긍정과 부정 양자를 초월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경직된 사유가 살아 있는 정신적 활력으로 전환된다. 그리하여 인간의식이 신적 절대자의 활력을 공유하기에 이르고, 절대자라는 것은 공허나 견고한 실체가 아니라 주체요 정신이며, 그 자체는 온갖 모순들을 통해 생명을 갖고 움직인다.

 

역사에서는 주체가 특정 객체에 의해 끊임없이 수정되고 객체는 또한 주체에 의해서 수정된다. 정신 과정은 모순과 부정을 교차해가면서 부단히 더 높은 차원을 향하여 전진해가고, 점차 구체화되어 가는 의식의 형태들에 있어서나, 마지막으로 세계상들에 있어서까지 이러한 종합을 계속한다.

 

하나님 안의 변증법

긍정과 부정으로 엮어지고, 외화와 내화로 짜여지는, 정신의 발현의 역사,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역사, 그러나 전적으로 비극적이지는 않은 역사, 궁극적으로 승리로 그치는 역사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강력하고도, 모든 것을 포괄하는, 화해의 과정이다. 그러면 현상학이 의도하는 화해의 목적은 무엇일까? 외면과 내면, 객체와 주체, 존재와 사유, 이승과 저승, 유한자와 무한자 사이의 화해를 목적으로 삼는다. 이 모든 것이 궁극에 가서는 정신으로서 자체를 인식하는 정신 안에 “지양(Aufheben)”되는 것이다. 신의 이 새로운 실재와 세계의 이 새로운 실재를 가리켜 헤겔은 새로운 “세계 안의 신 존재”(Gott-in-der-Welt-Sein)요 새로운 “신 안의 세계 존재”(Welt-in-Gott-Sein)라고 정의하였다. 그럼으로써 숙명론적 범신론에도 빠지지 않고 비종교적 무신론으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신은 발전과 역사 가운데서 세계에로 자신을 외화한다. 그리고 신은 자연으로서의 세계와 끝으로는 정신으로서의 세계를, 모든 단계들을 거쳐서, 신 자신에게로, 자신의 무한성과 신성에로 이끌어간다. 전통적인 이원론적 범형이 여기에서는 근대적으로 극복된 것이다. 하늘과 땅 사이의 외면적 이원론만 아니라 철학과 신학이 바라보던 신과 인간 사이의 내면적 이론도 극복되었다. 신의 생명은 자신의 반립자와의 투쟁 속에 실재로 성립한다. 신이 신 자신과 벌이는 갈등, 그 과정에서 세계가 신으로부터 나와 존재하고 세계가 신 안으로 들어가는 화해가 이루어진다.

 

2. 역사안의 체계

 

새로운 종합

헤겔의 체계는 논쟁을 거쳐서 그리스도교를 우호적으로 포용하고 재치 있게 적응시키고, 가장 좋은 의미로 “지양”시키는 것이었다. 헤겔은 이전의 체계들과는 달리, 그의 체계는 고대와 그리스도교만 결합시킨 것이 아니고, 르네상스, 종교개혁, 계몽주의, 낭만주의 그리고 그 오랜 과거의 시대들과 근대를 통째로 결합시킨 것이었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대립자들을 절대정신 속에다 원칙적으로 화해시킨 체계인 이상, 헤겔의 체계는 사실 “인식하는 종교”, 철학적 종교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인식하고 아는 그리스도교라 하겠다.

새로운 역사철학

 

헤겔의 『세계사 철학』은 역사에 대한 철학적·사변적 고찰이다. 세계 역사는 “세계가 섭리에 의하여 지배되고 있으며 … 세계 사건들은 신적인 섭리에 의해서 통솔되고 있음을”추정한다는 것이 합리적임을 보여주고도 남는다. 세계사의 사건들은 “신의 영광”을 위한 것이고, 그 사건들이 “정신”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도 우리는 “신에게 영광을 바치는 것이다.” 그러니까 세계사는 지상에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나라의 실현이다. 온갖 참상들과 온갖 부정들을 통해서 신적 정신이 자신의 온갖 부요함을 시간 속에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신이 역사를 통해 일어나는 온갖 비참함을 스스로 짊어지기 때문에, 역사상의 악과 부정적인 것은 당초부터 신에 의하여 포용된다. 헤겔이 말하는 인류사라는 것은 부단히 성장하는 심원한 각성을 향하여, 부단히 성장하는 위대한 완성을 향하여, 진정한 자유를 향하여 나아가는 단일하고 무의식적·의식적이고 신비스러운 발전이다.

 

새로운 종교철학

헤겔은 『종교철학』에서 삼위일체에 관하여,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선과 악에 관하여, 성자의 출생과 세계의 창조에 관하여, 그리스도의 유일무이한 역할에 관하여, 마지막으로 성령과 교 회의 의의에 관하여 규명하려고 한다. 헤겔의 하나님은 별들의 저편에 있는 정신, 밖으로부터 세계에 작용하는 정신이 아니고, 모든 지성들 안에 깃들어 있는 지성이요, 인간 주체성 심층에 자리 잡고 있다. 삼위일체에 관한 헤겔의 가르침은 비현실적이고 관념적인 산수가 아니고, 세계와 관련되는 성삼위적 “경륜”이요 구세사(救世史)이다. 세계의 창조는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의욕이 아니고, 신의 본성에 근거한 것이다. 그것은 태초에는 낙원의 황금 시대가 있었다는 식으로, 완전자로부터 불완전자로 나아가는 일종의 유출이 아니고, 종의 진화는 없다 하더라도, 불완전자로부터 완전자로 가는 일종의 진화이다. 섭리라는 것은 역사의 구체적인 과정에서 사변적으로 관찰되어야 할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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